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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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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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정열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p22)
앞은 파악할 수 있는 거짓이고,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였지요.
(p75)
현기증을 느낀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허약함에 도취되는 것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허약함을 의식하고 그것에 저항하기보다는 투항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허약함에 취해 더욱 허약해지고 싶어 하며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백주대로에서 쓰러지고 땅바닥에, 땅바닥보다 더 낮게 가라앉고 싶은 것이다.
(p89)
사비나에게 진리 속에서 산다거나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군중 없이 산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게 되며, 우리가 하는 것의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p133)
이것은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테레사는 카레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인간의 한 쌍을 괴롭히는 질문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가 나를 사랑할까? 나보다 다른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가 나를 더 사랑할까? 사랑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부터 파괴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는 다른 무엇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p338-339)
그리고 다른 것도 있다. 테레사는 카레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를 자신의 모습에 따라 바꾸려들지 않았다. 아예 처음부터 그가 지닌 개의 우주를 수락했고 그것을 압수하고 싶지 않았으며 그의 은밀한 성향에 대해 질투심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녀가 개를 키운 것은 그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남자가 자기 부인을, 그리고 여자가 남편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처럼), 단지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함께 살 수 있도록 그에게 기본적인 언어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p339)
그리고 이런 점도 있다: 개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발적 사랑이다.
(p339)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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