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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연필 닳는 소리

[2009.02.1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너무도 재미 없어보이고 지루해보였던 이 책이
내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데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제목 자체가 너무나 근사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에 떠돌던 저 글귀가 너무나 맘에 들었다는 것이다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섹스만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한 침대에서 밤에 같이 잠이 든다는 것은
그 사람의 코고는 소리, 이불을 내젓는 습성, 이 가는 소리, 단내나는 입 등,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 외에도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화장 안 한 맨 얼굴을 예쁘게 볼 수 있다는 뜻이며
로션 안 바른 얼굴을 멋있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팔베게에 묻혀 눈을 떴을 때
아침의 당신의 모습은 볼 만 하리라.
눈꼽이 끼고, 머리는 떴으며, 침 흘린 자국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입에서는 단내가 날 것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단내나는 입에 키스를 하고
눈꼽을 손으로 떼어주며
떠있는 까치집의 머리를 손으로 빗겨줄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함께 그와 또는 그녀와 잔다.

처음에 당신은 그의 팔베개 안에,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자겠지만,
한참 깊은 잠 중에서는 당신들은 등을 돌리고 잘지도 모른다.

왜냐면, 깊은 잠 속에서 당신의 잠버릇은 여지없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갈기도 하고,
눈을 뜨고 자기도 하며,
배를 벅벅 긁거나,
잠꼬대를 한다거나,
잠결에 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함께 잔다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단내나는 입으로 키스를 할 수 있으며
옷을 충분히 입지 않았다면 바로 섹스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섹스만을 하기 위한 잠자리에서와는 다르게
별도의 복잡한 절차와 교태와 암묵적인 합의가 필요없다는 뜻이다.

그런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매일 같이 잘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매일 같이 섹스를 하는 사이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집이 아닌 곳에서 애인과 섹스를 할 때에는
우리는 일단 그와, 그녀와 어떤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랑한다고 믿는다고. 아니면 충분히 매력적이다라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하튼 잘 만한 사람이며 사이라는 것을
서로 합의 하에 이루어진다.

몇 시에 호텔에, 또는 여관에 들어가서 몇 시에 나선다는
그런 합의가 있으며
그 곳에 가기 전에 상대방의 귀를 만진다든지
엉덩이를 만진다든지
하고 싶어,라고 말을 한다든지 하는
서로의 확실히 약속된 언어적, 비언어적 합의가 있을 것이다.

그 곳에 가면 남자는 계산을 하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이고
여자는 텔레비전을 켜며 콘돔을 준비하라고 말을 한다.

둘은 습관에 따라 먼저 목욕탕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그냥 침대에서 일부터 벌일 수도 있다.
그렇게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가면
잠시 누워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여자는 눈썹이 지워지지 않았나 화장을 고칠 것이며
남자는 자신이 여자를 만족시켰나 다시 되씹어 볼 것이다.

그런 후 다시 한 번의 폭풍이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긴다거나 정력이 형편없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그런 후
다시 목욕탕에 들어가 씻고
그 곳에 발을 디딜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여자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빗으며
남자는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을 것이다.

그러면
섹스뒤의 느낌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런 최면에 걸렸다면, 좋을 것이고.
여자가 집에 늦었다면, 여자는 불안할 것이며
새벽께라면 남자는 더 머무르고 싶을 것이다.
가임기간이라면 둘 중의 하나는 불안할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기쁠지도 모른다.
불행하다면 둘 다 불안할 것이겠지만.

그들은 항상 꾸민 모습으로 만나며
눈꼽 낀 얼굴을 볼 수 없으며 단내나는 입술에 키스를 할 수 없다.

남자는 여자의 화장 안 한 얼굴이
얼마나 큰 상상력을 요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며
여자는 남자가 얼마나 씻기 싫어하고 게으르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항상 잘 차려진 모습으로 만나며
섹스는 그들만의 합의된 축제이다.

그러므로,
한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은
한 침대에서 섹스를 할 수 있단 것과 다르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의 어디에서도 저 구절-심지어 유사한 구절 조차- 기억을 해내지 못 했다. (도대체 나는 뭐지?!ㅠ)

나의 지적 수준에 비해 문장 뿐만 아니라 내용도 이미 난해하고 어려웠고
거기에 이 놈의 번역은 나를 더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갔다-_ㅠ

이런 이유로, 책을 읽다가 졸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의 힘으로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orz

그래서 추측컨데,
아마 다음의 저 짧은 두 줄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 위와 같은 문장과 같은 문장이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토마스는 생각했다. 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정열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아마 다른 번역서에는 위의 문장이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두 내용은 본질적으로는 같을 수 밖에 없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정도는. 분명, 너무도 명백히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 어려운 책은 싫은데, 이는 역시 명확한 이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고 단순한 단어와 문장으로 마음을 흔드어 대는 작가들이 좋다


결론 :: 너무 어려웠어. 다음에 다시 읽어야겠다_!!